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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단오·진도씻김굿·별자리 – 지역축제와 우주의 연결고리
별과 함께 시작된 강릉단오제, 무병과 풍요를 비는 밤
- 강릉단오제는 매년 음력 5월 단오 무렵이면 도시 전체가 한마음으로 북두칠성과 여러 별을 바라보며 무병장수, 풍년, 혼례, 건강, 출산 등 온갖 축복을 기원하는 축제입니다.
새벽, 명주동 송정 바닷가 은하수 위로 단오별(단오성, 북두의 끝 별)이 가장 높이 떠오르면 축제가 시작됩니다.
논두렁에서 떡메를 치는 소리, 마을굿, 줄다리기, 아이들이 솔잎 뜯기, 어른들이 오색 실로 팔찌를 엮는 모습, 모두가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올해도 평안하길” 기도하는 풍경은 오늘날에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진도씻김굿 – 별과 혼을 씻는 바닷가의 밤
- 전남 진도에서는 진도씻김굿이 펼쳐집니다.
중요한 굿은 늘 밤, 별이 맑게 빛나는 바닷가에서 “혼이 별이 되어 떠난다”며 무녀가 큰 북과 장구, 고운 소리, 천(淸)을 두르고 노래합니다.
큰 가마솥에 소금물, 향나무, 오이, 쑥, 각종 산나물과 오색 별실(실타래) 등을 얹고, 한 송이 흰 천을 띄워 망자의 혼이 병, 수명, 세상의 어두움에서 벗어나 별처럼 영원히 빛나길 기원합니다.
- 어떤 노모는 “자식 장례 굿날엔 꼭 북두칠성이 마당 위에 떠 있으면 괜찮을 거라 믿었다”고 구술합니다.
무당들은 “별, 파도, 바람이 모두 살아있는 신”이라면서 굿판 가장자리에 별·달·태양 그림, 별모양 제물 등 우주와 연결돼 있음을 드러냅니다.
줄다리기와 별, 모두를 잇는 작은 의례의 힘
- 강릉단오제 주요 행사인 줄다리기는 동네마다 별과 복을 기원하는 장면이 절정입니다.
큰 줄을 가운데 놓고 벌이는 이 의식에는 “별이 가장 맑은 날 밤 결승을 한다”, 줄 한 쪽에 앉은 마을 어르신은 항상 “김씨네는 올해 별이 좋아서 풍년”, “동쪽 하늘 큰 북두가 맑으니 우리 편이 이긴다”는 격려와 응원의 말을 전했습니다. - 줄다리기 전후에는 항상 떡메(떡을 치는 타악기)를 동그랗게 치고, 빔에 담긴 떡·과일·나물 등을 여러 그릇에 나눠 하늘로, 마을로, 가족끼리 돌려 먹었습니다.
- 어린이 천문놀이도 함께 이어졌습니다. “누가 북두칠성을 가장 많이, 빨리, 정확하게 짚는가” “별보고 소원을 비는 사람, 제일 멀리 달려가는 아이에게 직접 만든 별팔찌를 선물”하는 풍경도 흥겹게 펼쳐집니다.
지금도 별과 함께하는 한국 축제
- 오늘날 강릉단오제(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는 단오별 해설사와 함께 하는 별 관찰 프로그램, 은하수 위의 소원빌기, 줄다리기·떡메치기 재현, 마을별 칠성단·별제 행사 등 하늘, 땅, 인간, 모든 이웃을 잇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 진도씻김굿·청산별곡길 등 여러 지역 무속과 천문관측이 자연스럽게 만나 사람과 별, 신과 가족, 병과 장수의 소원을 동시에 담는 작은 축제로 남아있습니다.
참고자료
- 강릉단오제, 진도씻김굿, 줄다리기와 별자리의 관련성 및 명절 의례는 『동국세시기』, 『진도씻김굿구술집』, 국립민속박물관, 국립과천과학관, 강릉단오제위원회, 지역 구술·민속자료, 각종 천문·무속 논문을 기반으로 썼습니다.
- 현대 지역축제, 천문관측, 별자리 해설 및 실제 행사는 공식 축제 자료와 지역 인터뷰만을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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