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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y & Society

떡과 한과 – 왕의 치아, 명절의 추억, 선물의 심리

by Wisetech 2025.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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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과 한과 – 왕의 치아, 명절의 추억, 선물의 심리

1. 백설기의 부드러움, 송편의 고소함 – 재료와 맛의 깊이

  • 백설기는 반짝이는 멥쌀가루를 고운 체로 쳐서 소금, 물을 약간 섞은 뒤 무쇠시루에 쪄올려 부드러우면서도 쫀득한 식감을 자랑합니다. 입에 넣으면 입자가 곱게 녹아들고, 고소한 향과 담백한 단맛이 남습니다. 왕실에서는 백설기의 쫄깃함과 부드러움이 임금의 약한 치아에 딱 맞아 아침마다 찻상에 빠지지 않고 올랐다고 『승정원일기』에 나옵니다.
  • 송편은 찹쌀가루를 꿀물로 반죽해 솔잎에 올린 뒤, 깨·꿀·팥·콩·밤 등을 속으로 삼아 손바닥만 하게 빚어서 찜입니다. 솔잎의 상쾌한 향이 밥알 하나하나에 스며들어 한입 깨물 때마다 고소한 깨가루, 달착지근한 꿀 속, 콩의 포슬함이 섬세하게 터집니다. 조선 중기 명절상에 반드시 오르는 송편의 빛깔과 향기, 절편, 쑥떡과 더불어 계절 나물과 과일과도 조화를 이루었습니다.
  • 오늘날 백설기, 송편, 절편은 전통과자점·떡카페·명절 선물세트 등에서 쑥, 흑미, 단호박, 녹차, 흑임자 등 다양한 곡물·색감 조합으로 더해져 옛날보다 훨씬 풍요롭고 다양하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2. 약과, 유과 – 달콤함과 바삭함이 주는 잔치의 기쁨

  • 약과는 뜨겁게 달군 기름에 밀가루 반죽을 얇게 밀어 생강즙, 꿀, 참기름, 술을 더한 뒤 여러 모양판으로 찍어내어 약한 불에서 천천히 튀기듯 익힙니다. 식히는 동안 시럽을 머금은 겉면이 쫀득하고 졸깃해지며, 베어 먹을 때마다 바삭함과 끈적함, 은은한 조청의 카라멜 풍미가 입안을 감돕니다.
  • 유과는 찹쌀가루를 발효해 익반죽한 뒤 손가락 굵기나 주머니 모양으로 빚어 수차례 쪄낸 후, 기름에 튀기고 조청·꿀에 굴려 쌀튀밥, 깨·들깨, 잣, 땅콩가루로 굴립니다. 가장 먼저 바삭하고 아삭하게 상쾌한 느낌, 뒤이어 치아에 ‘찰싹’ 달라붙는 쫄깃함, 조청의 달착지근한 맛이 오랫동안 혀에 남습니다.
  • 약과, 유과는 옛날에는 산삼, 꿀, 약초, 과일, 꽃물 같은 건강재료를 취향껏 더 넣었고, 과하지 않은 단맛과 고소한 식감으로 연회, 과거시험 합격, 결혼식, 생일, 모임 선물에서 단연 최고였습니다.
  • 오늘날 약과·유과는 프리미엄 떡집, 백화점, 국내외 한과전문점, 디저트 카페 등에서 꿀, 견과, 과일잼, 심지어 아이스크림과도 어울리는 명실상부한 한식 디저트가 되었습니다.

3. 떡과 한과에 얽힌 인물들과 에피소드

  • 신사임당의 백설기와 송편: 신사임당은 아침마다 촉촉한 백설기 위에 솔잎 올려 임금과 가족을 마음 다해 대접했습니다. 무명수건으로 김을 꼭꼭 눌러 수분을 맞추고, 속이 알찬 팥·깨송편, 가래떡, 절편 등을 계절마다 손수 준비했습니다.
  • 세종의 치아와 떡: 세종대왕은 치병(齒病, 치아 질환)으로 부드러운 음식만 먹을 때 상궁이 백설기, 찰떡, 콩고물 인절미, 약과를 매달 식사에 올렸다고 『세종실록』에 기록돼 있습니다.
    찐 떡은 부드럽고 잘 녹아서, 치약 없이도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대표 간식이었습니다.
  • 연애와 선물의 심리: 구한말 정조 때, 평양의 양반 청년 이씨는 명절마다 송편을 곱게 빚어 이웃집 아가씨에게 몰래 보냈습니다. 훗날 두 사람은 결혼해 집안전체가 매년 김장날이나 동지날, ‘떡국과 떡 선물’을 나누는 풍습을 이어갔습니다.
    떡은 곧 가족, 연애, 명절과 설렘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 지금도 고급 떡집의 프리미엄 백설기, 녹차절편, 커스터드송편, 밤약과 등은 좋은 날 선물, 부모님 생신, 아이 돌잔치, 집들이 음식 등 가족의 소망과 사랑을 담은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4. 지금의 떡, 한과와 비교

  • 전통 떡은 생쌀 가루, 찹쌀가루, 맷돌방아, 김 치기, 참기름·깨·잣·팥·콩 등 100% 우리 재료로 손수 반죽, 찜, 굽기, 튀기기 등 복잡한 공정이 특징입니다.
    지금은 기계화, 쌀가공식품, 냉장·냉동 떡, 프리믹스 제품, 합성첨가물(감미료·향료·색소) 등으로 변화가 많습니다.
    맛은 기본적으로 비슷하지만, 마트·떡카페·프랜차이즈 떡집에서 먹기 쉽게 변했고 전통 떡의 쫄깃함·건강함·구수한 향은 유지되기도 합니다.
    약과와 유과 역시 전통 원재료 비율, 자연 조청, 줄기름 대신 트랜스지방 없는 식용유, 다양한 핵과류·견과류, 색색의 크림/잼/초콜릿 등으로 더 다양한 맛으로 발전했습니다.
  • 『동국세시기』『조선왕조실록』『규합총서』『한국전통음식문화사』『한식대첩』『한과사』, 국립민속박물관, 한과기능장협회, 명절음식 자료 등 공식 논문과 식품·구술 자료에 에피소드와 재료, 변화의 근거를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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