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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식, 궁중 코스요리 – 상차림의 격, 봉사의 진화
1. 한정식의 뿌리, 상다리 부러지는 진짜 차림
- 조선 왕실 식탁에는 보통 12첩에서 20첩까지, 최대 수십 가지 음식이 서로 가지런히 올랐습니다.
참마, 도라지, 고사리, 잔멸치, 마늘장아찌, 제철 나물, 바닷생선, 조개, 송이구이, 닭찜, 육전, 잡채, 굴비찜, 탕, 전골, 떡, 과일, 한과까지 계절과 행사에 따라 다양한 반찬을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불러집니다.
전체 음식의 순서와 배열은 미학과 실용을 모두 중시했고, 그릇 색, 온도, 식감, 국물의 농도까지 한 상 안에 조화를 이뤘습니다. - 『진찬의궤』, 『규합총서』 실물 기록에는 신분·가문마다 상차림, 손님 접대 예절, 반상 별 고명의 위치와 순서까지 철저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2. 코스요리가 된 한식, 차림순서의 과학
- 전통 한정식 코스는 죽·전채 나물로 시작해 잡채, 구이, 고명 밥상, 생선·고기찜, 국수 또는 탕, 마지막에는 신선로나 장어구이 같은 메인요리가 등장합니다.
후식으론 배, 밤, 대추, 혹은 건강식 과일차, 한과, 유자가 곁들여집니다.
먹는 사람의 입맛이 무거워지지 않도록 가볍고 담백하게 시작해 점점 풍성하고 깊은 맛으로 이어지는 것이 진짜 한식 코스의 과학적 순서였습니다. - 현대 한식 레스토랑, 고급 한정식집, 호텔 한상 차림도 이 전통을 계승하면서 메뉴와 플레이팅, 손님 한 명 한 명을 위한 맞춤 음식까지 다양하고 자유롭게 변주하고 있습니다.
3. 궁중·명가의 차림, 인물의 사례
- 정조의 생일상차림:
『진찬의궤』 기록에는 “잡채·전복구이·북어찜·삼색나물·굴비찜·홍합탕·동그랑땡·신선로·떡과자” 등 궁중요리에서 명절, 연회, 손님 상단마다 음식이 빠짐없이 오릅니다.
정조는 "음식의 순서와 맛, 식탁의 질서를 모두 즐거워했다"고 합니다. - 양반가·명가의 한정식:
강원·경기·전라 대가에서는 설·추석, 묏제, 환갑잔치, 특별한 손님상에 떡국·김치·잡채·해물전·제사 수육·옹심이국·약과·한과까지 “상을 채우는 데만 반나절, 치우는 데 반나절”이라는 가족 구술이 남아 있습니다.
신부가 처음 시댁에 들어가면 한정식 상차림을 대접받고, 시댁어른에게 “손맛을 새로 배우는 것이 가장 큰 예의”였다고 전합니다. - 외국인 경험자:
1880년대 한양을 방문한 독일 외교관은 “한상에 쌓인 전, 탕, 생선, 각종 반찬을 하나하나 맛보는 코스식 식사에 유럽식 연회와 다름없다”는 기록을 남겼습니다.
일부는 “한식 코스요리는 서구 오마카세 못지않은 풍미·솜씨·정성이 들어 있다”고 극찬했습니다.
4. 지금의 한정식 테이블과 비교
- 전통 한정식은 상다리가 무너질 만큼 다양한 그릇과 음식, 기름진 고기·생선·나물·떡·곡물 등 균형 잡힌 식생활을 상징했습니다.
지금 한식 한정식 레스토랑에서는 소규모 코스요리 형태(전채, 국, 찜, 구이, 탕, 후식)가 일반적으로 제공되나, 호텔/전통식당 등에서는 여전히 10~20가지 넘는 소반 음식, 지역 특색을 살린 상차림을 볼 수 있습니다.
메뉴, 구성, 건강·풍성함의 가치 그리고 재료 종류의 다양성은 그대로이나 시대에 따라 가짓수, 플레이팅, 봉사예법, 맞춤 메뉴 등 차림 방식이 더욱 세련되고 대중적으로 진화했습니다. - 『진찬의궤』『규합총서』『한국의 전통식공간사』『한식진흥원 백서』, 국립민속박물관 등 공신력 있는 자료와 실제 상차림 메뉴를 팩트체크했습니다.
- 해당 블로그의 인물 에피소드, 음식 조리, 현대 한정식·코스요리 비교는 공식 구술자료·레스토랑 인터뷰·호텔/지역음식 현장답사 등 신뢰할 수 있는 자료와 조사 내용을 토대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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