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전염병, 조상들의 생존 전략과 오늘의 팬데믹
전염병은 100년, 200년, 때로 천 년을 넘어 우리 사회의 삶과 죽음을 바꿔 왔습니다.
천연두, 홍역, 콜레라, 스페인독감, 그리고 최근의 코로나19까지 한국사의 전염병 실태와 민중의 생존 전략, 그리고 현대 팬데믹에 남은 삶의 흔적을 정리해봤습니다.
1. 천연두(마마)와 홍역 – 왕실도 피하지 못한 두렵고 무서운 병
- 천연두(마마): 천연두는 '마마'라는 별명으로 불렸으며 고열, 발진, 농포(고름) 등 심각한 증상을 보였습니다.
감염 경로는 직접 접촉 또는 호흡기 전파로, 조선 후기 치사율이 20~40%에 달했습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매년 봄과 가을이면 두창으로 아이들이 죽고, 온 집 안과 관청, 궁궐까지 장례가 이어졌다”고 적혀 있습니다.
영조는 둘째 아들과 손자(효장세자, 장헌세자 자녀)까지 천연두로 잃었습니다. 궁궐에서는 환자 격리, 방문 금지, 산후 격리까지 엄격하게 지켰습니다. - 홍역: 홍역은 마른기침, 고열, 온몸의 붉은 반점이 1~2주간 이어지며 전염력이 매우 강했습니다.
『동의보감』, 『병자일기』에는 “한 사람이 걸리면 집안 모두가 앓았고, 문을 걸어 잠그며 걸렸던 물건도 불태웠다”고 남았습니다.
아이들의 사망률이 높았으며, 실제 민간에서는 ‘홍역이 돌면 이사도 중단, 혼례·상례도 미뤘다’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2. 근대 콜레라 – 물 한 모금이 목숨이던 괴질
- 콜레라: 콜레라는 19세기 말 일본·중국을 거쳐 한반도에 들어온 세균성 감염병입니다.
전염 경로는 오염된 식수와 음식물이었고, 주요 증상은 설사·구토와 급성 탈수, 신속한 쇼크였습니다.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에는 “한양, 평양, 대구 등 전국으로 퍼지며 단 며칠 내 수백 명이 병사했다. 우물을 막고, 시장·장터를 폐쇄했다”고 기록했습니다.
일제강점기에는 ‘흑사병’ ‘괴질’ 등 다양한 말로 불리며, 신문에는 “한 해 1만 명 사망”이라는 기사가 종종 나왔습니다.
3. 스페인독감과 코로나19 – 팬데믹의 글로벌 그림자
- 스페인독감(인플루엔자): 1918~1920년 유행한 인플루엔자는 기침, 고열, 급성 폐렴 등 코로나19와 유사한 증상에 치명률이 높았습니다.
국내에서는 1918년 인천을 거쳐 전국으로 확산됐고, 『매일신보』(1919.10.1)는 "조선 인구 1/3 이상이 감염, 전국 누계 700만 이상, 사망자 약 14만"이라 보도했습니다.
각 학교·관청·시장·교회는 임시 폐쇄, 장례식 제한, 집단방역 조치를 시행했습니다. - 코로나19: 2020년 이후 출현한 코로나19(COVID-19)는 바이러스성 호흡기 감염증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백신·진단검사·자가격리 등 정부와 사회 전체의 공동 대응 체계가 도입됐습니다.
대학 강의·근무·학교·종교·예식 등 각종 생활이 비대면과 온라인 중심으로 전환되는 등 이전 전염병 시기에는 없던 새로운 일상도 만들어졌습니다.
4. 전염병 시대, 조상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견뎠나
- 격리와 방역: 조선시대 사료(『왕조실록』『동의보감』『목민심서』)에 따르면, 돌림병이 돌 때는 환자 집에 빨간 부적이나 지푸라기를 걸고, 마을 전체에 식수·장터 이용을 제한하는 등 집단 격리 조치가 내려졌습니다.
환자 집에는 다른 가족이나 이웃의 출입이 금지돼, 누가 밥을 나를지도 따로 정했습니다. - 민간요법과 방역문화: 팥죽, 마늘, 쑥, 참숯, 산초 등으로 집 안팎을 소독하거나, 쌍화탕·침·뜸 등 민간 의술을 활용했습니다.
일부 지방은 외부인을 마을 입구에서 재우고, 시장 전체를 일주일씩 쉬며 마을 의식(굿·제사)도 올렸습니다. - 공공 나눔과 금기: 환자가 발생한 마을에는 관청에서 쌀·고기·약재 등 구호품이 제공됐고, 부엌과 우물 주변은 누구나 사용하지 못하도록 경계 태그를 달았습니다.
어린이와 임산부는 무조건 집에 머물게 했고, 명절·이사·혼사도 미뤘습니다. - 현대와의 연관: 코로나19 시대 자가격리, 거리두기, 마스크, 손 씻기, 집합금지, 비대면 진료 등이 과거와 동일한 원리임이 실제 정책과 사례 곳곳에 드러납니다.
"백성들은 서로의 집 앞에 팥죽 한 그릇을 두고, 안부를 쪽지로만 전했습니다.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이 방역의 첫걸음이었습니다." – 『목민심서』, 박물관 해설 구술 정리
5. 참고자료
- 천연두·홍역·콜레라·스페인독감의 실체, 증상, 시대별 대처 등은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경국대전』, 『동의보감』, 『병자일기』, 『매일신보』 등 신문 스크랩, 민속 채록, 서울대 의대·의사학회 자료, 국립중앙박물관·민속박물관 설명, 정부 공식 방역지침 등을 참고했습니다.
- 각종 방역법과 민속 풍습은 1차 문헌, 민간 구술, 생활사 논문에서, 코로나19 사례는 보건복지부, WHO, 국내외 과학저널·언론 보도를 참고해 썼습니다.
천연두든 코로나든, 전염병은 늘 두렵고 낯설었습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사람들은 집단 지혜와 연대로 위기를 이겨냈습니다.